채꿍 불신저승 1

다락방 2018. 2. 14. 20:27







불신저승 : 사무직 채씨의 일일

채꿍 / 채형원 X 임창균


1






원귀부 1팀답게 시설이 좋았다. 형원이 창균이 내려서 가지고 온 라떼를 쳐다봤다. 멀쩡하지 않은 원귀를 보내는 것이 제 앞의 꼬맹이가 정말 맞는 것인가, 쳐다보던 형원이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원귀부라는 것도 사실 아직은 믿기 어려운데. 한동안의 정적에서 창균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감찰부, 세요?"


창균도 커피를 내리며 저를 찾아온 초면의 직원이 왜 찾아왔나, 를 생각했다. 얼굴은 초면인데 이름에 부서까지 정확히 아는 건, 아무래도 그것 같은데. 창균이 제가 가져온 커피를 마시기만 하고 아무 말 않는 초면의 직원인 형원을 쳐다보다 입을 먼저 열었고, 형원은 그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혹시, 원귀 처리 때문에..."


주헌에게 들은 이야기로 대강 추려 말하자 형원이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이번엔 동시에튀어나온 말에 창균이 손으로 차례를 밀었다. 먼저 말하세요. 아, 네.


"저, 일하다가 원귀에 화나는 건 잘 알겠는데, 어차피 저승가서 가중 처벌 받을 거, 곱게, 아니, 조금 덜 해서 보내주면 안 될까요."


형원의 말에 창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그럴려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알죠, 알아요. 씩씩거렸던 과거의 형원과는 달리 형원은 제 앞에서 죄송하다는 동그란 정수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부턴, 하는 소리에 창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부턴, 덜, 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네에."


형원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창균이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하는 말에 형원이 쳐다보자 창균이 혹시 필요하신 첨부 목록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한 일이잖아요. 착한 말에 형원이 잠깐 눈물을 글썽일 뻔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제 할 일인데요. 서류 50장까지 가는 일일 줄은 몰랐습니다, 하며 다시 사과를 해오는 말에 형원이 눈을 깜박였다.


한 건당 오십장은 아닌, 아니긴 하지만 형원은 굳이 수정할 필욘 없단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형원과 창균이 서로 인사를 하고 형원은 감찰부로, 창균은 다시 1팀 제 방으로 올라갔다.



-



형원은 그렇게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다.


발신 차사가 <원귀부 - 임창균>으로 찍힌 원귀 수 중 5건 당 2건이 첨부 서류가 한 두장이 아닌 상태로 오곤 했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 그래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도 나머지 3건이 정말 깔끔하게 구비해야 할 서류처리가 완벽한 채로 오기 때문에(이럴 경우 형원은 검사만 실시하고 저승부로 이관하면 끝이었다.) 형원은 잠깐 오해를 할 뻔한 창균을 향해 심심한 사과를 속으로 보냈다.


그렇게 아름다운 칼퇴의 현장이 다시 서류 50장의 그늘을 만드는 일이 되는 건 한 달이 좀 넘은 시점이었다.


"...약을 먹었나?"


멀쩡한 상태가, 그러니까 그냥 보통의 처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건수가 다섯건 연달아 오는 것에 대하여 형원은 발신자를 확인했다. 아, 잠잠했잖아 우리. 창균의 이름 석 자에 형원이 이마를 감쌌다. 형원은 대강 연이어서 온 다섯 건을 확인했다. 약을 빤 상태로 원귀가 된 건지, 약으로 쳐 맞은건지. 형원이 다섯 건을 나란히 컨베이어 벨트에 올렸다.


456, 466, 476, 486, 496. 독방 번호를 입력하고 빨간 버튼을 연이어 누르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원귀들이 각자의 독방으로 이동되었다. 형원이 노오란 파일로 온 다섯 부에 한숨을 쉬었다. 그 동안 노력하는 모습을, 아니 그래도, 아냐 채형원, 이 분은 노력하는 분이잖아? 쏟아진 야근 덩어리를 쳐다보며 결국 형원이 사내 온라인 메신저에서 창균의 이름을 찾았다. (이전에 '온라인을 모르는 새끼야, 메신저 메신저! 시발롬아'라는 욕을 기현에게 들어서 이제 형원은 메신저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메시지 보내기>

<원귀부 / 임창균 > 다섯건이 연이어서 불통 상태로 온 것은 왜 인지...


형원이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때 주헌이 1층 [저승불 원두]에서 사온 커피를 형원에게 내밀었다. 형, 커피 마셔. 형원이 고개를 들어 주헌을 쳐다볼 때 또롱하고 형원의 컴퓨터에서 메신저 알림음이 울렸다. 알림음에 바로 모니터로 시선을 내린 형원이 미간을 구겼다.


<노력했..는데..... 또 그만... 죄송합니다ㅠㅠ> 형원이 자리에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체 왜! 분노가, 안 되나? 아니 그렇게 안 생겨선! 동글동글한 얼굴을 떠올린 형원이 의자에 걸쳐놨던 제 자켓을 들었다.


"형? 어디 가?"

"외근!"


채형원이 외근을 간다고? 말도 안 되는 풍경에 주헌이 두 손에 커피 하나씩을 든 채 눈을 깜박였다. 근데, 무슨 외근? 어디로? 그리고 형원이 형 좀 빡친 거 같던데 아닌가? 형원이 나간 문을 쳐다보던 주헌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모르겠다. 갔다 오면 물어봐야지. 제 자리로 돌아간 주헌이 제 앞으로 떨어진 일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커피 둘 다 내 거, 흑흑.



-



"정말요?"

"네."


창균은 제 앞에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형원에게 되물었다가 단호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근데, 제가 뭐 잘못해서 그러시는 건 아니죠?"


창균이 명확한 내규 규칙이라던가를 어긴 건 아니긴 했다. 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감찰입니다, 감찰. 형원의 말에 창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네. 이렇게 일을 하는 부서구나, 감찰부는.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며 창균이 원귀 위치를 파악했다. 강원도 읍내였다. 아, 이러면 저격이 안 되는데. 창균이 강원도의 평균 지형을 생각하며 준비하곤 형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금 아날로그 방식이긴 한데, 이 문 통과해서 한 십분 걸으면 돼요."


문 앞에서 하는 말에 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갈까요? 네. 창균이 문을 열고 나란히 입장한 문 건너편의 세계는, 별 게 없었다. 그냥, 한강 산책 코스 같은 길이라고 해야 하나. 형원이 처음 겪어 본 상황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때 창균은 옆에서 제 장비를 점검했다. 이건 여기에 잘 있고, 이건 잘 돌아가네.


"생각보다, 평범, 하네요?"


형원의 질문에 제 손목 시계를 확인하던 창균이 고개를 들어 형원을 쳐다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돈 주고 사는 거에요. 창균이 돌로 된 바닥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게 제일 기본. 형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손목 시계 확인을 마친 창균이 앞에서 살랑살랑 걷는 고양이 두 마리를 가리켰다.


"원귀부는 빠른 이동이 필수라. '문'은 기본적으로 다 배정을 받아요. 원귀 잡으러 가는데 산 넘고 물 건너서 갈 순 없잖아요. 그렇다고 정확한 위치도 없는 원귀 잡으러 갈 순 없어서 통과하는 시간동안, 시스템이 알아서 구축을 해 주는 거에요. 원귀 잡으러 가는 길을."

"아아."


창균이 아날로그라고 했지만 그것보다던 더 체계적이고 디지털화된 체계에 주위를 둘러보던 형원이 다 왔다는 소리에 앞에 다시 나타난 문을 가리켰다.


"이거 통과하면 바로 잡는거에요?"

"음, 바로 까지는 아니고. 시간 단축용이죠."


창균의 말에 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연 창균을 따라 문을 나서자 산골의 모습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지, 하려는 형원이 앞에서 가는 창균을 부르려 입을 열려고 했었다. 창균이 먼저 뒤를 돌았다. 아 근데 저기요, 하는 말에 형원이 네? 하면서도 요상하게 변하는 창균의 표정에 왜? 하려고 물으려던 찰나였다. 빡!


그러니까. 형원은 그 순간부터 기억이 없었다. 뒷통수가 무지, 엄청 아프고.


외근 괜히 나왔어! 시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됐, 아니 근데 난 사람이 아니고, 이미 죽었잖아? 가 마지막 형원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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